[백록담]풍요속 빈곤
입력 : 2012. 05. 02(수)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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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피워내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깨운다.
차라리 겨울에 우리는 따뜻했다.
망각의 눈이 대지(땅)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가냘픈 생명만 유지했으니.
T.S 엘리어트의 시 '황무지' 도입부다.
잔인한 4월이 5월에 밀려났다. 이젠 5월이다. 5월의 어원 May는 마이아라는 여신에서 비롯됐다. 만물이 자라는 계절에 잘 어울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같은 어원에 기인하는 Maior는 '위대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정사에 관련된 행사가 집중된 달이기 때문이다. 어제(1일)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5일 어린이날, 8일 어버이날, 11일 입양의 날, 15일은 세계가정의 날과 스승의 날로 정해졌다. 20일 세계인의 날, 21일은 부부의 날이자 성년의 날이다. 22일 가정위탁의 날, 25일 실종아동의 날 등등.
계절적으로는 가장 화려한 때여서 '계절의 여왕'으로 불리기도 한다. 녹음이 짙어지고 자연의 왕성한 활동과 열매를 맺기 위한 수정 활동을 하게 된다. 벌 나비가 날아들고 땅의 수분과 기를 품어 세상을 녹색으로 물들인다는 것이다. 세상에 자연이 있기에 마음껏 표현하는 싱그러운 계절이라는 뜻이다. 한마디로 화려한 자태라고 표현한다는 연유에서 '여왕'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5월에 붙여진 이런저런 수식어들이다.
5월에 대한 서설(序說)이 다소 길었다. 이유는 아름답고 풍요로운 계절을 강조하고자 함이다.
그러나 풍요는 만인에게 적용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가정의 달이지만 근로자는 늘 우울하다. 배고프고 아픈 어린이들에겐 현실이 싫을 뿐이다. 부모님이 계시지 않은 사람들은 어버이날이 후회스럽고, 아이를 잃어버린 가정에 실종아동의 날은 통곡의 날이기도 하다. 스승과 제자 사이가 예전 같지 않아 스승의 날은 교사들의 쉬는 날로 변질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남이 된 부부에게 부부의 날은 고통이고…. 제주지역을 포함한 대한민국의 실상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가정을 벗어나 지역사회는 어떤가?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해군기지 문제를 포함해 지역경기 위축, 특별(Special)함을 찾아볼 수 없는 제주특별자치도 등 반갑지 않은 내용만 잔뜩 쌓여 가고 있다. 밝고 희망적인 요소는 눈 씻고 찾아보기 힘들다.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문제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데 있다.
비유를 좀 더 틀어본다. 과거 산업 혁명은 부유한 자와 가난한 자를 동시에 낳았다. 기계의 출현으로 지금까지 손으로 하는 일에 익숙했던 공원들은 직장을 빼앗기는 현상이 일어났고, 실업자가 대량으로 발생했다. 나라는 부자인데 서민들은 가난했다. 이른바 풍요속 빈곤이다. 지역의 현실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5월이 지나면 비교대상 마저 사라져 버린다.
그저 풍요로운 계절 5월. 풍족하진 않더라도 아프거나 슬프고 괴로운 이들이 적었으면 하는 바람은 욕심일까. 겉은 아름답지만 속은 멍들어가는 제주의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조상윤 문화체육부장>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피워내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깨운다.
차라리 겨울에 우리는 따뜻했다.
망각의 눈이 대지(땅)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가냘픈 생명만 유지했으니.
잔인한 4월이 5월에 밀려났다. 이젠 5월이다. 5월의 어원 May는 마이아라는 여신에서 비롯됐다. 만물이 자라는 계절에 잘 어울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같은 어원에 기인하는 Maior는 '위대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정사에 관련된 행사가 집중된 달이기 때문이다. 어제(1일)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5일 어린이날, 8일 어버이날, 11일 입양의 날, 15일은 세계가정의 날과 스승의 날로 정해졌다. 20일 세계인의 날, 21일은 부부의 날이자 성년의 날이다. 22일 가정위탁의 날, 25일 실종아동의 날 등등.
계절적으로는 가장 화려한 때여서 '계절의 여왕'으로 불리기도 한다. 녹음이 짙어지고 자연의 왕성한 활동과 열매를 맺기 위한 수정 활동을 하게 된다. 벌 나비가 날아들고 땅의 수분과 기를 품어 세상을 녹색으로 물들인다는 것이다. 세상에 자연이 있기에 마음껏 표현하는 싱그러운 계절이라는 뜻이다. 한마디로 화려한 자태라고 표현한다는 연유에서 '여왕'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5월에 붙여진 이런저런 수식어들이다.
5월에 대한 서설(序說)이 다소 길었다. 이유는 아름답고 풍요로운 계절을 강조하고자 함이다.
그러나 풍요는 만인에게 적용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가정의 달이지만 근로자는 늘 우울하다. 배고프고 아픈 어린이들에겐 현실이 싫을 뿐이다. 부모님이 계시지 않은 사람들은 어버이날이 후회스럽고, 아이를 잃어버린 가정에 실종아동의 날은 통곡의 날이기도 하다. 스승과 제자 사이가 예전 같지 않아 스승의 날은 교사들의 쉬는 날로 변질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남이 된 부부에게 부부의 날은 고통이고…. 제주지역을 포함한 대한민국의 실상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가정을 벗어나 지역사회는 어떤가?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해군기지 문제를 포함해 지역경기 위축, 특별(Special)함을 찾아볼 수 없는 제주특별자치도 등 반갑지 않은 내용만 잔뜩 쌓여 가고 있다. 밝고 희망적인 요소는 눈 씻고 찾아보기 힘들다.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문제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데 있다.
비유를 좀 더 틀어본다. 과거 산업 혁명은 부유한 자와 가난한 자를 동시에 낳았다. 기계의 출현으로 지금까지 손으로 하는 일에 익숙했던 공원들은 직장을 빼앗기는 현상이 일어났고, 실업자가 대량으로 발생했다. 나라는 부자인데 서민들은 가난했다. 이른바 풍요속 빈곤이다. 지역의 현실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5월이 지나면 비교대상 마저 사라져 버린다.
그저 풍요로운 계절 5월. 풍족하진 않더라도 아프거나 슬프고 괴로운 이들이 적었으면 하는 바람은 욕심일까. 겉은 아름답지만 속은 멍들어가는 제주의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조상윤 문화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