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고향(故鄕)'
입력 : 2012. 05. 30(수)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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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벌 동쪽 끝으로/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얼룩백이 황소가/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 흙에서 자란 내 마음/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든 곳,/-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섬세하고 독특한 언어 구사로 한국 현대시의 새 경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고 정지용의 시(詩) '향수(鄕愁)'다.
연말 연시도 아니고 녹음의 계절, 한복판에서 웬 '고향 타령'이냐는 말이 나올 법하다.
지금 우리 고향 제주의 들녘은 농사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밭마다 농부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농번기에는 부엌의 "부지깽이도 춤춘다"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다.
도내 농촌은 5월들어 조생양파 수확에 이어 마늘·보리 수확에 나서면서 본격 영농철을 맞았다. 이달 중순 조생양파 수확이 마무리된 이후 지난주부터는 대정읍 지역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마늘수확작업에 들어갔고, 보리수확도 이뤄지고 있다.
대부분 농가들은 마늘·보리 수확철을 맞을 때마다 작업 인부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매년 한정된 인력에 작업 일정이 농가끼리 겹치다 보니 사람 구하기가 무척 어려워서다. "마늘 수확철만 되면 사람을 구하지 못해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매년 인건비는 상승해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외부 인력업체를 수소문하지만 사람을 못 구해 수확시기를 아예 늦출 수 밖에 없다", "농협을 중심으로 한 사회단체의 농촌일손돕기도 저소득농가나 장애인 농가 등을 대상으로 극히 제한적인 범위에서 이뤄질 뿐이다" 등등 어려움을 호소하는 하소연 일색이다.
농가들은 보다 체계적이면서 장기적인 농촌인력 지원방안을 기대한다. 적정 임금을 주더라도 농번기에 맞춰 적절한 공급이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
과거 먹고 살 방법을 찾는 생계형 귀농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삶의 여유와 내면의 행복을 찾으려는 생태형 귀농인 '귀촌(歸村)'이 늘고 있다. 지난해 전국 귀농이 1만503가구를 기록했다고 한다. 재작년 4067가구보다 갑절 넘게 늘었다. 2001년 880가구에 비하면 가히 폭발적이다. 가장 큰 이유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때문이다.
중요한 사실은 귀농인과 토박이가 어울려 젊고 풍요로운 농촌, 모두가 언제든 찾아 가고픈 '제 2의 고향'으로 가꿔 가는 일이다. 100세 시대를 맞은 우리 농촌·농업은 '사람'을 통해 '희망가'를 부를 수 있어야 한다.
주5일 근무제다 걷기 열풍이다 해서 레저생활에 젖는 것도 좋지만 요즘처럼 바쁜 농번기에 한 번쯤은 주말·휴일을 이용해 내 고향을 찾는 일도 좋은 일과라고 여긴다. 부모님이나 친지·이웃들과 함께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우리 농업·농촌을 몸으로 겪어볼 기회가 그리 흔치 않으니 말이다. <김기현 경제부장>
연말 연시도 아니고 녹음의 계절, 한복판에서 웬 '고향 타령'이냐는 말이 나올 법하다.
지금 우리 고향 제주의 들녘은 농사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밭마다 농부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농번기에는 부엌의 "부지깽이도 춤춘다"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다.
도내 농촌은 5월들어 조생양파 수확에 이어 마늘·보리 수확에 나서면서 본격 영농철을 맞았다. 이달 중순 조생양파 수확이 마무리된 이후 지난주부터는 대정읍 지역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마늘수확작업에 들어갔고, 보리수확도 이뤄지고 있다.
대부분 농가들은 마늘·보리 수확철을 맞을 때마다 작업 인부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매년 한정된 인력에 작업 일정이 농가끼리 겹치다 보니 사람 구하기가 무척 어려워서다. "마늘 수확철만 되면 사람을 구하지 못해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매년 인건비는 상승해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외부 인력업체를 수소문하지만 사람을 못 구해 수확시기를 아예 늦출 수 밖에 없다", "농협을 중심으로 한 사회단체의 농촌일손돕기도 저소득농가나 장애인 농가 등을 대상으로 극히 제한적인 범위에서 이뤄질 뿐이다" 등등 어려움을 호소하는 하소연 일색이다.
농가들은 보다 체계적이면서 장기적인 농촌인력 지원방안을 기대한다. 적정 임금을 주더라도 농번기에 맞춰 적절한 공급이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
과거 먹고 살 방법을 찾는 생계형 귀농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삶의 여유와 내면의 행복을 찾으려는 생태형 귀농인 '귀촌(歸村)'이 늘고 있다. 지난해 전국 귀농이 1만503가구를 기록했다고 한다. 재작년 4067가구보다 갑절 넘게 늘었다. 2001년 880가구에 비하면 가히 폭발적이다. 가장 큰 이유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때문이다.
중요한 사실은 귀농인과 토박이가 어울려 젊고 풍요로운 농촌, 모두가 언제든 찾아 가고픈 '제 2의 고향'으로 가꿔 가는 일이다. 100세 시대를 맞은 우리 농촌·농업은 '사람'을 통해 '희망가'를 부를 수 있어야 한다.
주5일 근무제다 걷기 열풍이다 해서 레저생활에 젖는 것도 좋지만 요즘처럼 바쁜 농번기에 한 번쯤은 주말·휴일을 이용해 내 고향을 찾는 일도 좋은 일과라고 여긴다. 부모님이나 친지·이웃들과 함께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우리 농업·농촌을 몸으로 겪어볼 기회가 그리 흔치 않으니 말이다. <김기현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