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현의 한라칼럼] 제주도의 도시와 건축, ‘제주다움’에 대하여
입력 : 2025. 11. 25(화) 01:00
김미림 기자 kimmirimm@ihalla.com
[한라일보] 수많은 이들의 각각의 사고와 생각대로 '제주다움'에 대해 논한다. 과연 도시와 건축의 관점에서 '제주다움'은 어떤 것일까? 이는 단순한 지역적 미감이 아니라 제주의 자연·문화·역사적 맥락을 반영한 공간 정체성으로의 접근과 가치로의 접근을 통해 정의해 볼 수 있다. '제주다움'은 제주의 자연환경과 생활·문화·역사·지역의 건축과 도시공간의 형태로 구체화된 지역 정체성이라 할 수 있다. 즉 자연을 존중하는 태도, 생활양식의 반영, 지역 재료의 활용, 공동체적인 공간 구조가 결합된 결과물을 일컫는다. 공간적 구성요소별로의 '제주다움'에 대하여 논해 본다.

첫 번째는 자연환경에 대한 순응과 수용이다. 바람과 빛, 지형을 건축의 일부로 해석해 바람길을 확보한 마을 배치와 낮은 스카이 라인등 '자연 위의 건축'이 아닌 '자연 속의 건축'을 일컫는다. 곶자왈, 오름, 현무암, 지형을 보존하며 인공적 평탄화보다는 자연에 순응하는 계획이다.

두 번째는 재료의 질감의 진정성이다. 제주도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목재·석재와 특히 로컬재료로서의 현무암은 주요한 제주도의 자산이다. 재료의 가공을 최소화하고 거칠지만 진솔한 질감을 유지해 준다. 돌담이나 정낭, 흑색돌지붕 등은 제주의 시각적 언어이기도 하다.

세 번째는 공동체적 공간 구조다. 제주도는 마을 중심의 두레적 공간조직이 발달돼 있다. 올레길과 같은 보행자 중심의 네트워크와 담장을 통해 열린 듯 닫힌 반공개적 커뮤니티 구조 등 '개인 공간과 공동체 공간의 균형'이 핵심이다.

네 번째로 풍토와 기후 대응형 건축을 이야기할 수 있다. 강풍과 습기에 대응하기 위한 방풍과 통풍 등의 설계다. 마당(안거리)과 올레(통로)의 기능적 역할을 통해 외부공간을 생활공간으로 통합한 제주 특유의 공간성을 엿볼 수 있다.

다섯 번째는 제주 특유의 정신적·문화적 상징성이다. 고립된 섬에서 제주인의 자립적 삶, 공동체 정신, 자연에 대한 경외감이 공간언어로 표현돼 있다. 돌하르방은 단순 조형물이 아니라 '제주의 수호와 공동체 결속'의 상징이며, 전통가옥에서도 부모와 자녀들의 공간분리는 제주 특유의 공간성이다.

현대 도시건축에서 '제주다움'은 단순한 복제나 전통모방이 아니라, 제주의 본질적 가치(공동체, 자율성)를 현대적 기술과 감성으로 재해석하는 것이다. 제주 전통마을을 보면, 제주의 전통재료인 현무암과 초가로 디자인했고 오름을 닮은 둥근 지붕과 인근 산자락을 넘지 않는 적당한 높이의 건물로 형성돼 있다. 자연에 순응하고 어울리며 보존하는 건축이 '제주다움'에 근접한 방식이다.

결론적으로 '제주다움'은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고, 공동체의 기억을 품으며, 지역의 재료와 기후에 기반해 타 지역과 차별되고, 현대 문명 속에서도 조상들의 지혜와 삶 속에 반영된 제주스러운 가치들을 잃지 않는 것이 제주의 도시 건축적 정체성이라 말하고 싶다. <고용현 도시공학박사·한국경관학회 제주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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