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도 손쉽게 구입… 사각지대 놓인 전자담배 무인가게
입력 : 2025. 11. 20(목) 16:51수정 : 2025. 11. 20(목) 17:05
양유리 기자 glassy38@ihalla.com
얼굴·지문 인식 없이 타인 신분증만으로 구입
현행법상 ‘담배’ 분류 안돼 신고·규제 사각지대
제주 청소년 흡연률 1위… “마약 이용 위험도”
20일 제주시 외도동의 한 전자담배 무인 가게.
[한라일보] 제주 곳곳에서 생겨나는 전자담배 무인 가게가 늘고 있으나 청소년 구매 제한 수단이 없다시피해 논란이 일고 있다. 더욱이 전자담배는 현행법상 ‘담배’로 분류되지 않아 지자체 단속도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20일 오전 제주시 외도동의 위치한 24시 전자담배 가게는 출입구 버튼을 누르면 따로 인증 없이 출입이 가능했다. 내부에 점원은 없었고 일반 전자담배와 액상, 일회용 전자담배 등을 구입할 수 있는 키오스크 3대가 있었다.

키오스크 화면에서 제품을 누르자 19세 이상 성인인증을 하라는 문구가 나왔다. 신분증 인증 방식을 누르고 본보 취재진이 아닌 타인의 신분증을 인식기에 올리자 10초 뒤 ‘인증이 완료됐다’는 화면이 출력됐다. 얼굴 또는 지문인식 등 신분증과 대조하는 시스템은 없었고, 2분 만에 타인의 신분증으로 전자담배를 손쉽게 구매할 수 있었다.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또다른 전자담배 무인 가게도 마찬가지였다. 이곳은 입장 시 출입구의 카드 입력키에 신용카드를 꽂아 성인인증을 했지만 카드 소유주와 사용자가 같은 인물인지 확인하는 절차는 없었다.

이처럼 도내 전자담배 무인 가게 대부분이 허술한 성인인증 방식으로 전자담배를 판매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액상형 전자담배’를 주로 판매하는데 현행법상 합성 니코틴을 원료로 하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담배로 분류되지 않으면서 규제로부터도 자유로운 실정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일반 담배 판매점들은 담배 소매업으로 신고해 지자체에서 관리를 하고 있다”며 “전자담배 판매 업체는 담배 소매업을 신고할 필요가 없어 단속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20일 제주시 연동의 전자담배 무인 가게에서 판매하는 전자담배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6월 발표한 ‘청소년의 전자담배 접근 예방을 위한 주요 과제’에 따르면 청소년 흡연율은 2020년 4.4%에서 2024년 3.6%로 감소한 반면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률은 1.9%에서 3.0%로 증가했다. 특히 제주는 청소년 흡연률이 5.9%로 전국(평균 4.2%)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같은 자료에서는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청소년이 일반담배 흡연자가 될 확률이 3.5배 높고, 대마초와 알코올 등 다른 약물의 사용 위험도 함께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됐다.

청소년 흡연에 대한 우려로 제22대 국회에선 담배의 정의에 합성 니코틴 등을 포함해 확장하고 관리·감독체계를 수립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지난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결국 의결이 보류됐다. 규제 시행 전 업자들이 상품을 사재기해 규제를 회피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강지숙 제주금연지원센터 팀장은 “전자담배는 타르 수치는 낮아도 니코틴 수치가 높아 중독성이 강하다”며 “전자담배가 법의 사각지대에 있지만 최근 전자담배 소매점이 늘어나면서 청소년들이 접근하기도 쉬워졌다”고 우려했다.

이어 “전자담배가 이걸로 끝나는게 아니라 마약 이용의 통로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며 “지자체와 교육청 자체적으로 청소년에게 전자담배를 포함한 금연교육을 확대하고 규제 조례를 마련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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