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로의 데스크칼럼] 정치인의 약속, 이제는 믿기 어렵다
입력 : 2026. 08. 04(화) 03:00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한라일보]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들이 제주를 찾아 당원들의 지지를 호소하며 저마다 제주 공약을 내놓고 있다.

김민석 전 국무총리는 지난 30일 제주를 찾아 민주당 차원의 제주 지원을 담은 '민주 제주 선언'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광주가 5·18을 딛고 새로운 경제의 성지로 바뀌어가는 것처럼 제주도도 4·3이라는 무겁고 깊은 상처를 딛고 더 큰 평화와 번영의 성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제2공항, 제2차 공공기관 이전, 항공좌석 부족, 4·3 역사 왜곡 등 제주 현안에 대해서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같은 공약을 보며 먼저 든 생각은 '총리 재임 시절에는 무엇을 했는가'였다. 국정을 총괄했던 국무총리 한 사람이 모든 현안을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항공좌석 부족 문제를 국가 차원의 의제로 끌어올려 관계부처와 항공사 간 협의를 촉진하거나, 제2공항 갈등 해소를 위해 제주도와 관계 부처 간 이견을 조정하는 데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자리였던 것도 사실이다.

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해 다시 같은 현안을 해결하겠다고 약속하는 만큼, 총리 재임 시절 어떤 노력을 했고 왜 성과를 내지 못했는지부터 설명하는 것이 먼저다.

4·3 역사 왜곡 처벌 입법도 마찬가지다. 관련 법안은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표현의 자유와 법률 명확성 논란 등으로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법 개정을 약속했다면 단순한 '추진' 선언을 넘어 현재 계류 중인 법안을 어떤 방식으로 보완하고, 여야 합의를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지 입법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송영길 후보의 행보 역시 다르지 않다. 그는 2021년 5월부터 2022년 3월까지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내며 4·3 희생자 명예회복과 배·보상, 4·3 왜곡 대응, 제2공항 갈등 해결, 농산물 해상물류비 지원 등을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제2공항 갈등은 해결되지 않았고, 농산물 해상물류비 지원 역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번에는 '제주~서울 KTX 해저터널' 구상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사업은 도민 합의와 국가적 공감대가 필요한 대형 국책사업이다. 해저터널 구상은 2007년 한국교통연구원에서 검토된 이후 여러 차례 국가계획 반영이 논의됐지만 경제성 부족으로 추진되지 못했다. 2012년 타당성 분석에서도 비용편익비(B/C)가 기준치인 1.0에 못 미치는 0.84에 그쳐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물론 국가균형발전 사업은 경제성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막대한 재원 확보라는 현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 없이 장밋빛 청사진만 제시해서는 도민을 설득하기 어렵다.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은 제주를 찾아 비슷한 공약을 내놓는다. 그러나 도민들은 이제 공약을 예전처럼 믿지 않는다. 선거가 끝나면 공약이 우선순위에서 밀리거나 흐지부지되는 일이 반복돼 왔기 때문이다. 약속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어려운 것은 약속을 지키는 일이다. 정치인의 가치는 결국 실천으로 증명된다.<고대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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