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호의 문화광장] 탐라의 혼을 깨우는 심장, 탐라문화제
입력 : 2025. 11. 18(화) 00:00
김미림 기자 kimmirimm@ihalla.com
[한라일보] 1962년 '제주예술제'로 시작한 '탐라문화제'는 제주의 전통문화를 선양한다는 숭고한 취지와 창조, 개척 정신으로 거친 파도를 이겨낸 제주인의 혼이 이 축제의 밑바탕이다. 지난 제64회 탐라문화제는 이러한 정신을 성공적으로 축제에 잘 담아 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이제 성숙 단계에 들어선 탐라문화제가 거대한 종합 축제의 틀 안에서 제주 문화의 원류를 탐색하고 정체성을 전승하는 본래의 힘을 얼마나 발휘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때이다.

필자는 탐라문화제의 심장이자 정신적 구심점으로 '탐라민속경연대회'가 우뚝 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경연은 각 마을 공동체의 역사와 혼이 살아 숨 쉬는 스토리텔링의 장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마을의 고유한 역사는 그 어떤 콘텐츠보다 강력한 힘을 지닌다. 이 역사를 발굴하고 축제로 고도화하는 과정이 바로 '탐라민속경연대회'의 본질이 돼야 한다. 단순히 오래된 행위를 재연하는 것을 넘어, 마을 이야기를 축제의 행위로 완성하는 전문적인 과정이 필요하다. 마을의 서사를 가장 웅장하게 표현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당연하게 이 과정 전체가 마을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공동체 정신으로 채워져야 한다.

여러 요소 가운데 공동체 정신을 기반으로 한 외도동 고인돌 축제를 제안한다. 외도동에 산재한 고인돌은 선사시대부터 이어진 공동체의 상징이다. 수십 톤에 달하는 고인돌을 옮기는 일은 개인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며, 마을 전체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전통 산업 복원에 초점을 맞춘 연동 명주 축제를 제안한다. 연동의 '누에마루'는 이 마을이 과거 제주 양잠 산업의 중요한 거점이었음을 시사한다. 이를 '설문대 할망과 명주 이야기'로 연결해 마을의 정체성을 '실크'라는 고급 문화 콘텐츠로 승화시킬 것이다. 현장감과 실체감을 적용한 이호동 멸치잡이 재연이다. 실제 횃불을 사용해 밤바다를 밝히고 그 노동의 역동성을 생생하게 표현해야 한다. 모형이 아닌 실제의 불빛과 땀이 축제의 현장감을 극대화하고, 관객들에게 실체적인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탐라민속경연대회가 마을을 상징하는 주요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마을-역사-예술'의 삼각축을 중심으로 스토리를 고도화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기획은 마을 주민들의 삶과 분리되지 않고, 그들의 자긍심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이러한 탐라 마을 축제의 활성화 및 고도화는 제주의 미래 문화 자산이라는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플랜과 행정 및 예산 지원이 필수적이다. 마을별 스토리텔링 발굴팀 운영, 전문 기획자 지원, 그리고 경연대회 우승 마을에 대한 지속적인 콘텐츠 육성 예산 지원 등이 마련돼야 한다. 탐라문화제 퍼레이드의 주인공은 탐라정신이다. 경연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축제기간 내내 제주 도심 곳곳에서 공연되는 탐라 마을 콘텐츠로 성장해야 한다. <홍정호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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