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희의 월요논단] 필요한 만큼의 안전은 충분한 배움이다
입력 : 2025. 11. 10(월) 02:00수정 : 2025. 11. 10(월) 08:13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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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교육 현장에서 '안전 제일'은 변함없는 원칙이다. 하지만 배움이 깃든 위험까지 지워 버리면 아이가 잃는 건 용기와 판단력일지 모른다. 이제 무엇이 문제이고 어디까지가 지켜야 할 선인지 차분히 짚어볼 때다.
위험 놀이(risky play)는 아이가 스스로 한계를 시험해 보는, 설렘을 동반한 활동으로 정의된다. 이런 경험은 감정 표현, 신체 발달, 자기인식, 문제 해결력, 위험 판단 등 다섯 영역을 함께 자라게 한다. 다만 '위험'과 '위해'는 구분해야 한다. 나이에 맞는 난이도와 아이의 기질을 고려해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다.
적정 위험 놀이는 무모함이 아니다. 위험과 위해를 가르고, 보이지 않는 결함과 노후 설비는 즉시 없애되 아이가 인지하고 선택하는 도전은 남기자는 제안이다. 교육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최대한의 안전'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의 안전'이다. 금지 목록을 늘리기보다 도전이 일어날 수 있는 공간과 규칙을 설계하는 일이 필요하다.
20년 넘게 아동 발달을 연구해 온 전문가 한스컴은 "너무 안전하게 설계된 환경이 오히려 아이의 감각 발달과 자기조절 능력을 약화시킨다"고 지적한다. 나뭇가지를 깎아 보거나 스스로 균형을 잡아 조금 높은 곳에 올라서는 순간, 아이는 두려움을 다루는 법과 인내, 회복력을 함께 배운다. 작년 초 캐나다소아과학회(CPS)는 '적정 위험 놀이' 가이드를 내고 이를 여덟 가지 범주로 정리했다. 관심이 있다면 이 지침을 한 번 찾아보길 권한다. '필요한 만큼의 위험'을 설계한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감이 올 것이다.
이를 위한 실천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소위 루스 파츠로 불리는 판자와 로프, 타이어 같은 재료를 비치하면 아이는 난이도를 스스로 조절한다. 처음엔 흔들리던 판자다리는 곧 낮고 넓어지고, 미끄럽던 로프는 매듭을 바꾸며 단단해진다. 부모가 놀이 중 '위험'과 '위해'의 언어를 구분하도록 도와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집과 학교가 함께 쓰는 세 줄 규칙도 도움이 된다. "멈춰 보기, 위험 확인, 대안 찾기." 이 문장 하나만 외워 둬도 놀이터의 많은 순간이 배움으로 바뀐다.
"그러다 다치면?"이라는 질문에는 원칙으로 답하자. 연령에 맞는 높이 기준과 완충 바닥, 어른의 시야가 닿는 동선 같은 기본을 갖추고, 활동·공간·재료별로 위험과 이익을 한 줄씩 기록해 두면 왜 허용했고 무엇을 보완했는지 분명해진다. 넘어짐이나 찰과상은 사고 보고서가 아니라 개선 일지로 남겨 부모와 공유하면 된다. 가장 중요한 건 아이의 의지에 반한 위험 놀이는 하지 않는 것이다. 높은 곳에 올라가던 아이가 마음이 바뀌면 그 선택을 존중하고, 안전하게 내려오도록 돕는다. 금지는 쉽지만, 배움은 이런 절차에서 남는다. 우리는 아이를 위험에서 빼내는 어른이 아니라 배울 수 있는 위험을 설계하는 어른이어야 한다. 오늘 더 멀리 뻗어 본 그 한 걸음, 그게 바로 용기 근육이 자라는 소리다. <김봉희 제주한라대학교 사회복지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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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놀이(risky play)는 아이가 스스로 한계를 시험해 보는, 설렘을 동반한 활동으로 정의된다. 이런 경험은 감정 표현, 신체 발달, 자기인식, 문제 해결력, 위험 판단 등 다섯 영역을 함께 자라게 한다. 다만 '위험'과 '위해'는 구분해야 한다. 나이에 맞는 난이도와 아이의 기질을 고려해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다.
20년 넘게 아동 발달을 연구해 온 전문가 한스컴은 "너무 안전하게 설계된 환경이 오히려 아이의 감각 발달과 자기조절 능력을 약화시킨다"고 지적한다. 나뭇가지를 깎아 보거나 스스로 균형을 잡아 조금 높은 곳에 올라서는 순간, 아이는 두려움을 다루는 법과 인내, 회복력을 함께 배운다. 작년 초 캐나다소아과학회(CPS)는 '적정 위험 놀이' 가이드를 내고 이를 여덟 가지 범주로 정리했다. 관심이 있다면 이 지침을 한 번 찾아보길 권한다. '필요한 만큼의 위험'을 설계한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감이 올 것이다.
이를 위한 실천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소위 루스 파츠로 불리는 판자와 로프, 타이어 같은 재료를 비치하면 아이는 난이도를 스스로 조절한다. 처음엔 흔들리던 판자다리는 곧 낮고 넓어지고, 미끄럽던 로프는 매듭을 바꾸며 단단해진다. 부모가 놀이 중 '위험'과 '위해'의 언어를 구분하도록 도와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집과 학교가 함께 쓰는 세 줄 규칙도 도움이 된다. "멈춰 보기, 위험 확인, 대안 찾기." 이 문장 하나만 외워 둬도 놀이터의 많은 순간이 배움으로 바뀐다.
"그러다 다치면?"이라는 질문에는 원칙으로 답하자. 연령에 맞는 높이 기준과 완충 바닥, 어른의 시야가 닿는 동선 같은 기본을 갖추고, 활동·공간·재료별로 위험과 이익을 한 줄씩 기록해 두면 왜 허용했고 무엇을 보완했는지 분명해진다. 넘어짐이나 찰과상은 사고 보고서가 아니라 개선 일지로 남겨 부모와 공유하면 된다. 가장 중요한 건 아이의 의지에 반한 위험 놀이는 하지 않는 것이다. 높은 곳에 올라가던 아이가 마음이 바뀌면 그 선택을 존중하고, 안전하게 내려오도록 돕는다. 금지는 쉽지만, 배움은 이런 절차에서 남는다. 우리는 아이를 위험에서 빼내는 어른이 아니라 배울 수 있는 위험을 설계하는 어른이어야 한다. 오늘 더 멀리 뻗어 본 그 한 걸음, 그게 바로 용기 근육이 자라는 소리다. <김봉희 제주한라대학교 사회복지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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