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주의 문화광장] 더욱 특별한 전시들
입력 : 2025. 11. 11(화) 03:30
김미림 기자 kimmirim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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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올해에도 9월 프리즈 아트 페어가 서울에서 개최됐고, 그즈음 시작된 세계 유명 작가들의 전시가 지금까지 서울 주요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사람들의 관심은 이런 대형 전시에 쏠리기 마련이지만 예술의 가능성은 오히려 다른 곳에서 보게 된다.
강원도 태백시 장성 마을에서는 올해 두 번째 날땅 비엔날레가 열렸다. 비엔날레라고 하니 국내외 작가가 적게는 수십명에서 많게는 수백명 이상 참여하는 대규모 전시로 생각할 수 있으나, 참여 작가는 국내 작가 6명이다. 그래도 전시 공간 규모로 보면 웬만한 비엔날레 못지않다. 장성 마을 곳곳에 전시장을 만들어 마을 전체가 전시 공간이 됐고, 작가들은 폐업한 목욕탕, 빈 가게, 옛집 등 다양한 장소를 전시장으로 활용했다. 아이들이 자주 가는 피시방 지하도 벽이 하얀 전시장이 됐고, 사람들이 다니는 길가에도 작품이 설치됐다. 작품의 크기 또한 상당하다. 예를 들어 신예선 작가는 국가등록문화유산인 태백경찰서 망루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었다. 관람객은 전시장을 찾아다니면서 작품을 감상할 뿐만 아니라 마을 구경도 하고, 동네 맛집에서 밥도 먹고, 태백의 아름다운 자연도 즐길 수 있다.
기획자 김신애와 예술감독 이진아가 2년 전 날땅 비엔날레를 시작한 이유는 마을 사람들, 특히 아이들을 위해서였다. 실제로 전시장을 찾은 아이들은 즐겁게 그러나 사뭇 진지하게 전시를 보고 갔다고 하니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태백 지역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던 탄광인 장성광업소가 작년에 폐광하면서 생긴 빈자리가 예술로 채워지는 듯했다.
김포시에서 북으로 가장 끝에 있는 마을인 보구곶리에 2017년 작은 미술관이 생겼다. 마을 이름이자 미술관 이름이기도 한 보구곶은 '조강의 어귀에 있는 마을'이라는 뜻을 지닌다. 그 강 너머로는 북한이 보인다. 그래서 철책과 민방위 대피소가 보구곶리에서는 일상의 풍경이다. 김포시에는 민방위 대피소가 23개나 있다. 그중에서 월곶면 보구곶리 대피소는 특별하다. 이곳이 바로 작은 미술관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작은 미술관 보구곶은 우리나라에서 유일무이한 민방위 주민 대피 시설이자 미술관이다. 이곳에서 지금 최창희 예술감독이 기획한 전시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풍경/경계'가 열리고 있다.
마을의 역사, 사람들의 기억을 담고 있는 전시이기에 마을 사람들의 관심이 아주 높다고 한다. 참여 작가인 이다슬의 작품 중 1954년 보구곶 사진은 더 큰 관심을 받았는데, 보구곶리가 선명하게 촬영된 가장 최근 사진이기 때문이다. 보구곶리는 그 이후 군사 지역이 돼 촬영이 금지됐다. 마을 대부분의 사람이 전시장을 찾아 옛 추억을 나눴다고 하니 대단한 전시임이 틀림없다.
크고 화려한 전시들에 가려져 있지만, 이처럼 마을과 함께해서 더욱 특별한 전시를 찾아 나서자. 그리고 전시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함께하자. 마음이 먼저 그 가치를 알려줄 것이다. <김연주 문화공간 양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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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시에서 북으로 가장 끝에 있는 마을인 보구곶리에 2017년 작은 미술관이 생겼다. 마을 이름이자 미술관 이름이기도 한 보구곶은 '조강의 어귀에 있는 마을'이라는 뜻을 지닌다. 그 강 너머로는 북한이 보인다. 그래서 철책과 민방위 대피소가 보구곶리에서는 일상의 풍경이다. 김포시에는 민방위 대피소가 23개나 있다. 그중에서 월곶면 보구곶리 대피소는 특별하다. 이곳이 바로 작은 미술관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작은 미술관 보구곶은 우리나라에서 유일무이한 민방위 주민 대피 시설이자 미술관이다. 이곳에서 지금 최창희 예술감독이 기획한 전시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풍경/경계'가 열리고 있다.
마을의 역사, 사람들의 기억을 담고 있는 전시이기에 마을 사람들의 관심이 아주 높다고 한다. 참여 작가인 이다슬의 작품 중 1954년 보구곶 사진은 더 큰 관심을 받았는데, 보구곶리가 선명하게 촬영된 가장 최근 사진이기 때문이다. 보구곶리는 그 이후 군사 지역이 돼 촬영이 금지됐다. 마을 대부분의 사람이 전시장을 찾아 옛 추억을 나눴다고 하니 대단한 전시임이 틀림없다.
크고 화려한 전시들에 가려져 있지만, 이처럼 마을과 함께해서 더욱 특별한 전시를 찾아 나서자. 그리고 전시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함께하자. 마음이 먼저 그 가치를 알려줄 것이다. <김연주 문화공간 양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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