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로의 데스크칼럼] 빈 배 직항, 검증 없는 정책의 민낯
입력 : 2025. 11. 11(화) 01:00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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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제주와 중국 칭다오를 잇는 해상 국제직항로가 지난달 개설됐다.
제주~칭다오 항로는 '바다 길을 열었다'는 상징을 얻었지만, 정작 실리는 화물이 없다. 지난달 16일 첫 운항한 이 노선은 제주항이 1968년 무역항으로 지정된 이후 57년 만에 처음으로 열린 국제 화물선 정기 항로다.
제주도는 '물류비 절감·수출 확대'라는 청사진을 앞세우며 직항 이용 시 1TEU(6m 컨테이너 1개)당 운송비가 204만4000원에서 119만4000원으로 약 41.6% 절감된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실제 운항 결과는 참담하다.
지난달 2항차에서 제주항을 출발한 물량은 단 1TEU에 불과했다. 최대 712TEU를 실을 수 있는 선박에 컨테이너 한 개만 실린 셈이다.
이 항로는 1회차당 최소 200TEU 이상을 실어야 적자를 면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1~13TEU 수준이다. 제주도는 중국 선사와 체결한 3년 계약에 따라 매 항차 200TEU 미달분을 보전해야 한다. 연간 52항차 기준 손실보전금은 약 75억2000만 원, 3년간 225억6000만 원에 달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기초 검증의 부재다. 제주도는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에서 생산되는 '용암해수'를 중국 수출의 대표 기대 품목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용암해수는 삼다수와 같은 '생수'가 아닌 '혼합음료'다. 중국은 이를 '생수'로 인증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어, 관련 법령 개정 없이는 수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제주도는 이를 항로 개설의 상징적 콘텐츠로 내세웠다. 현실 검증 없이 '가능성'을 정책으로 포장한 셈이다.
여론의 비판이 커지자 실무자들은 "2~3년 후에는 개선될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는 구체적 대안 없이 시간을 유예하려는 답변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시점'이 아니라 '방향 설정' 자체에 있었다.
사업의 설계 단계부터 절차가 뒤틀려 있었다. 물량 확보→수요 검증→취항 결정이 아니라, 취항을 먼저 하고 물량을 나중에 채우려 했다. 그러나 민간 물류는 행정의 정치적 선언을 따라가지 않는다. 실질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 항로는 정기 노선이 아니라 세금으로 유지되는 '전시적 노선'에 가깝다.
선적 물량 부족이 드러나자 제주도와 제주경제통상진흥원은 지난 7일 뒤늦게 중국 칭다오 현지에서 '무역상담 및 유통협력 네트워크 교류행사'를 열었다.
그러나 바이어 발굴과 유통망 구축은 취항 이전에 이미 마무리됐어야 할 기본 절차다. 지금의 행보는 사후 수습이라기보다 정책 실패의 책임을 비켜가려는 사후적 행정조치에 가깝다.
이제 질문은 명확하다. 누가 이 비현실적 시나리오를 설계했고, 어떤 검증 과정을 통해 승인했는가. 행정은 '희망'이 아니라 '수요'와 '데이터'로 판단했어야 한다. 책임의 주체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는다면, 이 항로는 '국제 교역의 출발'이 아니라 공공정책 실패를 증명하는 '행정 무능의 전형'으로 남게 될 것이다. <고대 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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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칭다오 항로는 '바다 길을 열었다'는 상징을 얻었지만, 정작 실리는 화물이 없다. 지난달 16일 첫 운항한 이 노선은 제주항이 1968년 무역항으로 지정된 이후 57년 만에 처음으로 열린 국제 화물선 정기 항로다.
지난달 2항차에서 제주항을 출발한 물량은 단 1TEU에 불과했다. 최대 712TEU를 실을 수 있는 선박에 컨테이너 한 개만 실린 셈이다.
이 항로는 1회차당 최소 200TEU 이상을 실어야 적자를 면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1~13TEU 수준이다. 제주도는 중국 선사와 체결한 3년 계약에 따라 매 항차 200TEU 미달분을 보전해야 한다. 연간 52항차 기준 손실보전금은 약 75억2000만 원, 3년간 225억6000만 원에 달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기초 검증의 부재다. 제주도는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에서 생산되는 '용암해수'를 중국 수출의 대표 기대 품목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용암해수는 삼다수와 같은 '생수'가 아닌 '혼합음료'다. 중국은 이를 '생수'로 인증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어, 관련 법령 개정 없이는 수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제주도는 이를 항로 개설의 상징적 콘텐츠로 내세웠다. 현실 검증 없이 '가능성'을 정책으로 포장한 셈이다.
여론의 비판이 커지자 실무자들은 "2~3년 후에는 개선될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는 구체적 대안 없이 시간을 유예하려는 답변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시점'이 아니라 '방향 설정' 자체에 있었다.
사업의 설계 단계부터 절차가 뒤틀려 있었다. 물량 확보→수요 검증→취항 결정이 아니라, 취항을 먼저 하고 물량을 나중에 채우려 했다. 그러나 민간 물류는 행정의 정치적 선언을 따라가지 않는다. 실질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 항로는 정기 노선이 아니라 세금으로 유지되는 '전시적 노선'에 가깝다.
선적 물량 부족이 드러나자 제주도와 제주경제통상진흥원은 지난 7일 뒤늦게 중국 칭다오 현지에서 '무역상담 및 유통협력 네트워크 교류행사'를 열었다.
그러나 바이어 발굴과 유통망 구축은 취항 이전에 이미 마무리됐어야 할 기본 절차다. 지금의 행보는 사후 수습이라기보다 정책 실패의 책임을 비켜가려는 사후적 행정조치에 가깝다.
이제 질문은 명확하다. 누가 이 비현실적 시나리오를 설계했고, 어떤 검증 과정을 통해 승인했는가. 행정은 '희망'이 아니라 '수요'와 '데이터'로 판단했어야 한다. 책임의 주체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는다면, 이 항로는 '국제 교역의 출발'이 아니라 공공정책 실패를 증명하는 '행정 무능의 전형'으로 남게 될 것이다. <고대 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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