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무명 청년 시인이 그려낸 ‘밤의 낭만과 고독’
입력 : 2025. 12. 05(금) 02:00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헤르만 헤세의 『자정 너머 한 시간』
[한라일보] 노벨문학상을 받은 독일 문호 헤르만 헤세(1877∼1962). '데미안', '유리알 유희' '수레바퀴 밑에서' 등 여러 명작 소설을 남긴 그의 문학의 출발점은 '산문문학'이었다. 무명이었던 청년 시인 헤세가 낭만주의적 정취를 발휘해 써 내려간 작품 '자정 너머 한 시간'이다.

최근 한국어로 번역 출간된 '자정 너머 한 시간'은 헤세의 서문과 아홉 편의 단편을 모두 실은 정본 완역본이다. 1899년 '자정 너머 한 시간' 초판본을 펴낸 독일 디더리히스 출판사가 2019년에 복간한 판본을 신동화 번역가가 옮겼다.

이 책은 무명 청년 시인이던 헤세가 밤과 꿈, 아름다움과 낭만, 그리움과 우수, 침묵과 고독 등에 대해 서정적인 언어로 담아낸 아홉 편의 글로 이뤄졌다. 푸르스름한 숲 속, 아득한 물가, 보티첼리의 그림, 꿈처럼 지어진 궁전, 이삭이 노랗게 익어가는 풍요로운 들판 등 밤의 낭만과 고독을 그려낸 글들이 담겼다. 아홉 편의 글은 '섬 꿈', '엘리제를 위한 알붐블라트', '열병의 뮤즈',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왕의 축제', '말 없는 이와의 대화', '게르트루트 부인에게', '야상곡', '이삭 여문 들판 꿈'이라는 제목으로 펼쳐진다.

"모든 낮의 삶에는 부족함이 배어 있어요. 모든 어둑해지는 저녁은 귀향이, 열리는 문이, 모든 영원의 소리가 들림이 아닌가요? 경이로운 당신은 나에게 귀향하는 법과 영원의 목소리에 귀를 여는 법을 가르쳐주었죠. 어느새 마지막 문이 당신 앞에서 양쪽으로 열릴 준비가 되었을 때, 당신은 내게 이런 말을 했어요. '저녁을 성스럽게 보내고 저녁의 침묵을 당신의 집에서 몰아내지 마요. 별도 잊지 말고요. 별은 영원의 지고한 상징이니까요.'"('게르트루트 부인에게' 중)

서문에는 그의 이름을 처음 알린 이 책이 나오게 된 일화와 제목에 담긴 의미가 담겼다. 헤세가 이 책을 펴내게 된 건 북독일의 한 젊은 여성 시인과의 인연 때문이었다. 어느 잡지에서 헤세의 시를 읽게 된 그녀는 헤세에게 편지를 보냈고, 그녀와 약혼한 젊은 출판인 오이겐 디더리히스에게 원고를 보내면서 이뤄졌다. 이 젊은 출판인은 "이 책이 상업적으로 성공하리라고는 별로 믿지 않지만 그 문학적 가치를 그만큼 확신한다"며 무명이었던 청년 시인의 책을 펴냈다.

당시 이 책을 읽은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젊고 열망하는 삶을 일으켜 세운 거룩한 존재들, 두렵고도 경건한 밤의 기도 같은 목소리, 이야기할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평했다.

헤세는 서문에서 "산문 습작들에서 나는 나 자신을 위해 예술가의 꿈나라를, 미의 섬을 창조했다. 그 시적 특징은 낮 세계의 풍파와 저속함에서 밤과 꿈과 아름다운 고독으로 물러나는 것이었다"며 "이 책은 나의 길을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더없이 중요한 책이 될 것"이라고 전한다. 신동화 옮김. 엘리. 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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