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자의 하루를 시작하며] 섬이 주는 행복을 나누다
입력 : 2025. 11. 19(수) 01:00
김미림 기자 kimmirim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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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비양도를 다녀왔다. 오랜 기간 활동해온 서귀포시여성발전연대 녹색 탐방이었다. 제주도의 탄소중립과 궤를 같이하며 변화 중인 비양도의 모습을 찬찬히 살피고 환경중심도시 제주구현에 마음을 보태는 취지였다. 쌀쌀해진 날씨에 비까지 흩뿌려 우려가 많았던 섬 방문이었지만 가슴에 담아온 잔잔한 순간들은 아직도 행복감으로 발효 중에 있다.
선착장에 도착하니 키가 낮은 제주의 옛 가옥들이 눈에 들어왔다. 구불구불 올레의 종착점엔 앞마당이 훤히 들여다보이고, 바닷가를 끼고 도는 산책로도 정겹게 펼쳐졌다. 도로 한 켠에 마련된 재활용품 수거하는 공간들, 자칫 지저분할 수도 있었는데 정돈이 깔끔하다. 그날도 어르신들의 물청소가 한창이었다.
몇 군데 들러본 식당과 카페도 좋았다. 관광지의 불친절과 바가지 논란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요즘, 비양도에서 맛본 제주 전통의 성게미역국과 보말죽은 저렴하고도 풍성했다. 과묵했지만 음식으로 환영의 마음을 보여준 주인장의 후한 인심에 오히려 손님인 우리가 고맙다는 말을 건네고 나왔다.
섬에 대한 다양한 소개도 들을 수 있었다. 비양도의 역사와 유래보다는 현재 주민들이 실천하고 있는 친환경적 노력이 남다르게 다가왔다. 해풍에 잘 견디는 희귀식물 황근을 바닷가 근처에는 식재해 섬다운 풍광을 만들고 각종 행사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줄이려 무대 제작을 삼가고 있었다. 식물을 이용한 아치 등으로 자연적 느낌이 물씬 풍기는 무대를 만들고 현수막은 아예 사용하지 않았다. 황근의 줄기로 만들어낸 간이형 의자도 퍽 인상적이었다.
리사무소의 사무장도 알토란 같았다. 구석구석 주민들의 생활 터전을 동행하며 상세히 보여주려 무던히도 애를 썼다. 방문 전 우리의 취지를 알리고 여건을 문의할 때도 더없이 친절하더니만 일요일 방문임에도 비양도를 향한 자부심과 친절함으로 우리의 행복지수를 높여주었다. 특히 너무도 고마워 표시한 자그만 성의도 마다하는 올곧음과 마을의 어느 한 곳에도 치우치지 않고 골고루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려는 공정함에 일행 모두가 마음으로 박수를 보냈다. 비양도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멋진 경험이었다.
그동안 제주도는 생물다양성과 자연 및 문화유산의 보존, 그 가치의 지속성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그러나 환경중심도시 제주, 탄소중립 K-이니셔티브 제주의 달성은 마을과 주민에게 달렸다. 주민들의 공감대와 실천 의지가 그 결과를 좌우한다. 그동안 천년의 섬이라는 비양도 역시 시시각각 다가오는 개발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다. 삶의 편리함을 원하면서도 최소한 섬의 고유성과 생태계를 보전하려는 인식의 전환에 내부 갈등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마을 스스로 자연유산을 지키려 애쓰고 있는 비양도, 그 주민들의 노력과 수고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허경자 (사)제주국제녹색섬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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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군데 들러본 식당과 카페도 좋았다. 관광지의 불친절과 바가지 논란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요즘, 비양도에서 맛본 제주 전통의 성게미역국과 보말죽은 저렴하고도 풍성했다. 과묵했지만 음식으로 환영의 마음을 보여준 주인장의 후한 인심에 오히려 손님인 우리가 고맙다는 말을 건네고 나왔다.
섬에 대한 다양한 소개도 들을 수 있었다. 비양도의 역사와 유래보다는 현재 주민들이 실천하고 있는 친환경적 노력이 남다르게 다가왔다. 해풍에 잘 견디는 희귀식물 황근을 바닷가 근처에는 식재해 섬다운 풍광을 만들고 각종 행사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줄이려 무대 제작을 삼가고 있었다. 식물을 이용한 아치 등으로 자연적 느낌이 물씬 풍기는 무대를 만들고 현수막은 아예 사용하지 않았다. 황근의 줄기로 만들어낸 간이형 의자도 퍽 인상적이었다.
리사무소의 사무장도 알토란 같았다. 구석구석 주민들의 생활 터전을 동행하며 상세히 보여주려 무던히도 애를 썼다. 방문 전 우리의 취지를 알리고 여건을 문의할 때도 더없이 친절하더니만 일요일 방문임에도 비양도를 향한 자부심과 친절함으로 우리의 행복지수를 높여주었다. 특히 너무도 고마워 표시한 자그만 성의도 마다하는 올곧음과 마을의 어느 한 곳에도 치우치지 않고 골고루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려는 공정함에 일행 모두가 마음으로 박수를 보냈다. 비양도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멋진 경험이었다.
그동안 제주도는 생물다양성과 자연 및 문화유산의 보존, 그 가치의 지속성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그러나 환경중심도시 제주, 탄소중립 K-이니셔티브 제주의 달성은 마을과 주민에게 달렸다. 주민들의 공감대와 실천 의지가 그 결과를 좌우한다. 그동안 천년의 섬이라는 비양도 역시 시시각각 다가오는 개발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다. 삶의 편리함을 원하면서도 최소한 섬의 고유성과 생태계를 보전하려는 인식의 전환에 내부 갈등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마을 스스로 자연유산을 지키려 애쓰고 있는 비양도, 그 주민들의 노력과 수고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허경자 (사)제주국제녹색섬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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