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철의 목요담론] 흔들리는 시대의 나침반, “이 또한 지나가리라”
입력 : 2025. 12. 04(목) 01:00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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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우리네 삶은 항해와 같아서 누구나 예외 없이 거대한 파도와 잔잔한 물결을 함께 겪으며 산다. 우리는 갑자기 부딪힌 격랑 속의 불안함을 이기려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되뇌곤 한다. 이 말을 남긴 다윗의 생애를 보면, 영웅적인 순간과 깊은 좌절의 그림자가 언제나 교차하며 흘렀다. 어린 양치기가 골리앗이라는 거대한 역경을 물맷돌 하나로 잠재웠던 그 영광의 순간, 다윗은 이미 자신이 닿을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에 섰다. 그러나 성취의 절정에서 그는 깨달았을 것이다. 그 영광의 시간이 흐르면 잦아들고 말 숙명을. 그래서 다윗은 생의 후반에 고난과 번뇌 속에서 영원히 변치 않을 지혜를 갈망했다. 다윗 왕은 아들이자 당대 최고의 현자로 일컬어진 솔로몬에게 명해, 가장 기쁠 때도 마음을 붙잡아 겸손케 하고, 가장 슬플 때도 희망을 품게 할 문구를 반지에 새겨 오도록 했다. 오랜 숙고 끝에 솔로몬이 아버지의 손에 건넨 것이 바로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간결한 네 마디였다. 이 문구가 시대와 문화를 넘어 지금까지 사랑받는 이유도 바로 그 보편성에 있다.
이 문장은 모든 생성된 것은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무상(無常)의 진리를 담고 있다. 영광과 고통에 대한 집착을 동시에 내려놓는 깊은 성찰의 근거인 것이다. 이 지혜를 내면에 품는 것은 삶의 모든 순간에 '평정심(平靜心)'을 유지하는 수행과 같다. 지나간 기쁨에 매달리거나 다가올 슬픔을 미리 두려워하느라 마음이 소란스러울 때, 우리는 정작 발밑의 귀한 기회를 놓치기 일쑤다. 그러나 이 잠언을 통해 마음이 고요하게 정돈되면, 우리는 비로소 세상의 미세한 흐름을 감지하는 예민한 감각을 되찾게 된다. 마치 흐르는 강물 위에서 배의 방향을 잡듯, 자신의 내면을 다스리는 자만이 우주의 리듬과 완벽하게 공명해 '적재적소(適材適所)'의 순간을 스스로 불러들일 수 있는 것이다.
다윗 왕의 생애는 용기와 지혜의 합일을 보여준다. 거인과의 육체적인 싸움을 이겨낸 영웅의 힘과, 삶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철학적인 깨달음이 조화롭게 만난 것이다. 우리 또한 다윗의 반지로부터 그 지혜를 물려받아, 삶의 모든 역경과 영광을 겸허하게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상황도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알기에, 우리는 현실에 충실할 수 있으며, 이 충실함이야말로 우리가 삶 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으로 안내하는 나침반이 될 것이다.
유난히 길고 무덥던 여름이 물러가고 가을을 만끽할 새도 없이 매서운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종잡을 수 없는 계절의 변화처럼 요즘 경제적 한파로 몸과 마음이 시린 겨울을 보내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 지금 겪는 이 고난의 시간 또한 결국 지나가리라는 단단한 믿음이, 혹독한 겨울을 견디고 새로운 봄을 준비하는 큰 힘이 되기를 간절히 빌어 본다. 아주 작더라도 희망의 불씨를 지키는 일이 결국 긴 겨울을 버티게 하는 가장 인간적인 힘일 것이다. 흔들리는 시대의 나침반, "이 또한 지나가리라". <양상철 융합서예술가·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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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 왕의 생애는 용기와 지혜의 합일을 보여준다. 거인과의 육체적인 싸움을 이겨낸 영웅의 힘과, 삶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철학적인 깨달음이 조화롭게 만난 것이다. 우리 또한 다윗의 반지로부터 그 지혜를 물려받아, 삶의 모든 역경과 영광을 겸허하게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상황도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알기에, 우리는 현실에 충실할 수 있으며, 이 충실함이야말로 우리가 삶 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으로 안내하는 나침반이 될 것이다.
유난히 길고 무덥던 여름이 물러가고 가을을 만끽할 새도 없이 매서운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종잡을 수 없는 계절의 변화처럼 요즘 경제적 한파로 몸과 마음이 시린 겨울을 보내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 지금 겪는 이 고난의 시간 또한 결국 지나가리라는 단단한 믿음이, 혹독한 겨울을 견디고 새로운 봄을 준비하는 큰 힘이 되기를 간절히 빌어 본다. 아주 작더라도 희망의 불씨를 지키는 일이 결국 긴 겨울을 버티게 하는 가장 인간적인 힘일 것이다. 흔들리는 시대의 나침반, "이 또한 지나가리라". <양상철 융합서예술가·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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