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제주 농지 규제 완화만이 농촌경제 활성화의 열쇠다
입력 : 2025. 11. 20(목) 01:30
김미림 기자 kimmirimm@ihalla.com
[한라일보] 제주 농업·농촌은 고령화, 원자재 가격 상승, 기후변화 등 복합적 위기의 가속화 속에서 점점 더 좁아지는 골목으로 몰리고 있다. 농업은 여전히 제주 지역경제의 중요한 축이지만, 현장의 체감 어려움은 통계가 보여주는 것보다 더 깊고 절박하다. 최근 통계를 보면 2022년 대비 2024년까지 농가 수는 4.4%(1,327가구) 감소했고, 농업인 수는 무려 7.7%(1만1445명) 줄었다. 불과 2년 새 '1만 명이 넘는 농업인'이 사라졌다는 사실은 단순한 인구 감소가 아니라 농촌 공동체 자체의 붕괴 위험을 알리는 경고음에 가깝다.

농촌 경제의 위축은 토지 거래 흐름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2022년 대비 2024년 토지거래허가 면적 전체가 1355만㎡ 줄었고, 이 중 농지는 391만8000㎡나 감소했다. 감소율이 40%를 넘어선 것은 농지 거래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곧 농업인이 농사를 지속하거나 확대하려는 시도 자체가 줄고 있음을 의미한다. 토지 시장이 경직되면 농업 기반이 흔들리고, 농촌 지역 내 돈의 흐름도 막혀 지역경제 침체가 가속화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제주의 전략 산업으로서 농업·농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일정 수준의 농지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무분별한 난개발을 막고 미래 세대의 농업 기반을 지키기 위한 장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농업 경기가 얼어붙고 농가 소득이 불안정한 시기에는 경직된 규제가 되려 농가의 회생 가능성을 제한하는 족쇄가 될 수 있다. 안정적인 농업 활동을 뒷받침하면서도 현실적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규제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현행 '농지법' 제37조 제2항 적용은 제도적 정합성 측면에서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해당 조항은 농지 전용이나 타용도 일시사용 제한의 주체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시장, 군수로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특별자치도는 행정시 체계로 운영되고 있어 '시장 권한'의 실질적인 법적 효력 범위가 불명확하다. 현실과 법령 사이의 간극이 존재함에도 도민과 농업인에게는 엄격한 규제가 그대로 적용되고 있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더욱이 제주도는 2008년 절대농지·상대농지 등 농업진흥지역 3,797㏊를 전면 해제했다.

이는 농업 규제의 핵심이던 농업진흥지역 제도가 사실상 사라진 것을 의미한다. 과거 성과 사업인 경지정리 13개소, 야산개발 6개소 등 19개 사업지 역시 현재 기준에서 우량농지로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러한 지역을 '우량농지'로 간주하며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정책적 일관성을 잃을 뿐 아니라, 실제 농업인이 처한 현실과도 거리가 먼 조치이다. 규제가 어떤 목적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지, 그 목적을 지금도 충족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따라서 본 의원이 도정에 요청하는 바는 명확하다. 농작물 가격 불안, 농지 거래 침체, 농업인 감소 등 복합적인 어려움이 겹친 지금, 잘못 적용된 농지 규제를 적극적으로 재검토·개선해야 한다. 규제를 풀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주 농업이 다시 경제적 활력을 되찾기 위한 최소한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농지 규제의 합리적 완화는 단순한 규제 해제가 아니다. 제주 농업의 미래를 위한 전략적 투자이며, 지속 가능한 농촌 공동체를 다시 세우기 위한 출발점이다. 지금이야말로 제주 농업·농촌의 생존을 위해 정책의 방향을 과감히 전환해야 할 때이다. <고태민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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